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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회 횡성희망신문 대표 |
일회성 출산 지원금과 같은 보조금 정책은 지역의 인구를 늘리고 인구 구조를 건강하게 하는 측면에서는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횡성이 비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늘어나고 있는데 청년들이 떠나며 태어나는 아기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빈자리를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메우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실제로 횡성의 인구 증감 동향을 보면 2006년 42,982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18년 46,728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9년 12월부터 감소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38년에는 12,000여 명이 감소한 32,000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횡성의 소멸도 멀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횡성군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노력들을 펼쳐왔다. 올해만 해도 ‘횡성군 청년 기본 조례’를 만들어 청년 정책 기본 계획 수립과 청년정책위원회 설치 및 구성, 청년지원센터 운영, 청년 사회 참여 및 고용 확대, 주거 안정, 청년시설 설치 운영 등 청년의 권리보호 및 행·재정적 지원에 대한 규정을 담아 지역 청년의 사회 참여 기회 보장 및 자립 기반 조성의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인구 정책들로 볼 때 이런 정책들이 과연 청년 인구 유입과 인구 문제 해결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의 지자체들이 횡성과 유사한 다양한 인구 정책들을 펼쳐왔지만 대부분 단기간의 성과를 거두는 데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 해남군이다. 2012년 전국 최초로 출산 지원금 제도를 도입한 해남군은 7년 연속 출산율 1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연구기관이 조사해보니 2015년 해남에서 839명이 태어났는데 지난해 남은 2015년생 아이는 382명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아이들과 부모가 지역을 빠져나가면서 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매년 심해져 ‘해남의 역설’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해남의 역설’은 일회성 출산 지원금과 같은 보조금 정책이 결국 지역의 인구를 늘리고 인구 구조를 건강하게 하는 측면에서는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구를 늘리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이 살만한 행복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행복감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행복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따라 행복과 불행감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산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하고 갈등이 심하다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고 그런 곳에서는 사람들이 떠나간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사람이 살만한 곳의 입지 조건으로 풍수적 길지에 해당하는 지리(地理), 생업에 유리한 곳을 중시하는 생리(生利), 풍류를 즐길 만한 곳을 중시하는 산수(山水), 주변 사람들의 좋은 인성을 중시하는 인심(人心)을 제시했다. 이중환은 다른 모든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다 해도 인심이 나쁘면 살 수가 없다며 당쟁으로 사분오열된 조선에서 사대부로서 “살 만한 곳을 가리려 해도 살 만한 곳이 없다.”고 한탄할 만큼 인심을 사람 살만한 곳의 중요한 조건으로 보았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발달한 산업사회에 농경사회를 기준으로 이중환이 언급한 가거지(可居地)의 조건을 그대로 대입시키기는 어렵지만 인심이 사나운 곳에 사람이 살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해남군과 이중환의 사례는 횡성의 인구를 늘리는 데 꼭 필요한 것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횡성의 인구를 늘리려면 지역의 인심이 좋아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싶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보조금 지원을 많이 하고 인구 증가 정책을 시행한다 해도 인심이 사나우면 사람들이 떠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과연 횡성이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에 행복한 환경인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갈등과 분열, 불신이 심하고 지역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수십 년 간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지키려해 횡성 출신 청년들이 돌아와 지역을 위해 일할 자리와 기회를 박탈하는 곳, 강원도의 전라도라 할 만큼 외지인이나 이주민들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곳 그래서 살러 왔던 사람들을 다시 떠나게 하거나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드는 곳이 지금까지의 횡성이었다. 이런 횡성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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