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선영씨!
봄을 마음껏 뽐내는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는가 싶더니 어느새 땅바닥에 꽃잎을 떨어뜨리고, 사방을 둘러싼 아늑한 산들은 온통 푸르게 물드는 여름이 되어 가고 있어요. 당신을 처음 만난 10년 전 날씨도 이맘 때 쯤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졸음이 조금씩 찾아오는 오후의 시간. 5교시 국어시간에 시집살이노래에 대해 배웠어요. 시집살이 노래에서
삼단같던 요내 머리 비사리춤이 다 되었네.
백옥 같던 요내 손길 오리발이 다 되었네.
라는 구절을 읽고 문득 엄마 생각이 났어요. 내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은 긴 생머리에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죠. 그 모습은 마치 공주님처럼 너무도 아름다웠고, 말투 또한 상냥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긴 장화를 신고, 15kg이나 되는 토마토 상자를 하루에 100개 이상 들었다, 놓았다 하는 억척스러운 농군의 아내가 되어 있지요.
화장을 하면서 ‘이제는 화장을 해도 예쁘지 않아’하며 투정하는 당신.
어느새 고된 농사일에 지친 당신의 얼굴에는 예전의 그 화장기 없어도 아름다웠던 모습은 기억 저편에서만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당신의 은혜에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답니다.
사랑하는 나의 천사 나의 엄마!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나 10년이란 시간을 함께 지내오면서 서운한 점, 엄마가 미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감사했던 적, 엄마를 사랑했던 적이 더 많았다고는 자신할 수 있어요.
지난 10년을 가족이란 이름으로 함께 생활하면서 친구들이 젊은 엄마를, 아니 언니 같은 엄마를 보는 눈빛과 선생님들이 보내오던 그 시선에 나만 상처를 입었다며 매일 투정을 부리며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정작 27살에 10살짜리 딸을 둔 당신을 이상 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총에 상처 입은 엄마를 보지 못하고 말이에요. 그런 상황에서도 이 가정에 울타리를 만든 당신을 이제는 알 수 있어요. 이젠 당신의 이름조차 부르는 이가 없지만 당신은 그런 슬픔조차도 느낄 겨를이 없는 것 같아 참 미안해집니다. 또한, 눈물로 긴 시간을 버티며 지금의 울타리를 만들고 우리 가정을 지켜온 당신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답니다.
나의 사랑하는 선영씨! 내가 외로울까봐 혹시 내가 불안할까봐 병준이를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내가 외로울까 내가 불안할까
아기천사를 내려 준지 벌써 9년
사랑을 모르던 나의 어두웠던
과거 속에서 햇살처럼
다가온 아기천사 병준이
당신이 주신 선물은
내게 사랑을 알려주는 스승이 되었네
당신이 주신 선물은
나의 삶의 빛이 되었네
병준이와 나를 대할 때도 혹시라도 상처받을까봐 오히려 어린 동생보다 나에게 더 신경 쓰시고, 사소한 먹을 거 하나로 똑같이 사주시며 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당신은 내 삶의 등불입니다. 이젠 당신 없는 내 삶이란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한 여름날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남의 집 밭일을 해 주고 받아온 하루 품값 6만원을 모아 제게 인터넷 강의를 듣게 해주신 당신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던 유일한 액세서리인 예물을 팔아 내게 더 좋은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해주시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웃는 얼굴로 나에게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라고 말씀 하셨죠.
그런 당신께 언제나 감사합니다.
난 당신의 생일날 작은 선물조차 준 적이 없지만 당신은 내게 생일이 아닐 때에도 언제나 커다란 선물을 하셨죠. 늘 받기만 한 내가,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하는 내가 당신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당신의 사랑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너무나 밝습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도 예쁨을 받고, 사랑을 받아 제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전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당신을 통해서 사랑을 배웠고, 가정을 지키는 법을 배웠으며 세상을 사랑하는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서 희생해 주신 것 잊지 않고 나의 마음에 품어 영원히 감사하고 보답하며 살겠습니다.
이제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딜 때가 다가왔는데 엄마의 품에 떨어져서도 엄마가 준 사랑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
또 하나의 작은 선영씨가 되어 가정을 지키고 사랑을 나누는 예쁜 마음씨를 가진 수진이가 될게요.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나의 선영씨!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푸르렀던 산들이 다홍치마로 갈아입고, 하얀 옷을 입을 때까지 또 다시 벚꽃이 피고 산이 푸를 때 까지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겠습니다.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나의 선영씨!
2014. 5. 8
당신의 영원한 딸이자 친구인 ‘수진’이가
박수진 chamhop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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