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숫자가 있습니다.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정리된 숫자들이죠. 그러나 이 숫자들은 쉽게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말을 삼킨 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이 결과를 어떻게 읽겠는가”라고 말입니다.
횡성희망신문이 창간 14주년을 맞아 실시한 이번 횡성군수 선거 여론조사 결과는 얼핏 보면 단순합니다. 누가 앞서고 있고, 누가 뒤따르고 있는지가 수치로 정리돼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숫자들은 단순한 서열표가 아니라, 횡성 민심의 망설임과 갈등,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선택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 장신상 후보는 27.8%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김명기 후보는 22.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격차는 5.0%포인트.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앞섰다고도, 뒤처졌다고도 단정하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더구나 그 뒤를 잇는 후보들 역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1위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아직 1위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선두 후보의 지지율이 30%를 넘지 못했고, 다수의 유권자는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숫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횡성의 선택은 아직 열려 있다”고 말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군정 평가 결과입니다. 현 군정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2.0%로 과반을 넘었습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5.6%에 달했습니다. 긍정과 부정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이는 현 군정이 일정한 신뢰를 받고 있는 동시에, 적지 않은 피로와 아쉬움도 함께 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수치는 횡성 민심의 이중성을 말해줍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지금까지는 무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직 프리미엄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재신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거죠.
가상대결 결과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장신상 후보와 김명기 후보 간 가상대결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2.5%포인트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초접전입니다. 더 주목할 점은 ‘지지 후보 없음’이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0%를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아직 선택을 유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번 횡성군수 선거는 이미 경쟁이 시작됐지만,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숫자들은 지금 이 순간의 민심을 보여줄 뿐, 미래의 선택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정당 지지도 역시 흥미롭습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56.5%로 과반을 넘었고, 더불어민주당은 27.9%를 기록했습니다. 전통적인 횡성의 정치 지형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입니다. 그러나 정당 지지도와 후보 지지도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이는 횡성군수 선거가 정당 간 대결이기보다, 인물과 행정 능력, 그리고 지역 이해도를 중심으로 한 선택의 장이 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유권자들은 당의 이름보다 “누가 횡성을 더 잘 아는가”, “누가 군정을 맡길 만한가”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수치가 보여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횡성의 유권자들은 아직 누구에게도 백지위임장을 주지 않았다는 거죠. 거는 이미 시작됐지만, 아직 누구도 승리를 선언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공은 후보들에게 넘어갔습니다. 숫자 위에 안주할 것인지, 숫자 뒤에 숨은 민심을 읽을 것인지가 남았습니다. 선두를 달리는 후보에게는 방심이 가장 큰 적이 될 것이고, 뒤따르는 후보에게는 조급함이 가장 위험한 함정이 될 것입니다.
이번 선거가 또다시 구호와 인물 중심의 경쟁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횡성의 내일을 두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장이 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고령화, 농촌의 지속 가능성, 공공의료와 돌봄, 청년의 정착 문제는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엄중한 과제 때문이죠.
여론조사 수치는 그저 출발선입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입니다. 민심은 아직 결정을 미뤘고, 유권자들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숫자가 말을 아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횡성의 선택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는, 언제나 그렇듯이, 결국 횡성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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