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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덕분에 탄탄대로가 파란으로[생물학자 이강운 박사의 생태이야기] (7)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5.12.18|(94호)
아내와 아이들

'사력을 다해 살다보면 내 길을 멋지게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안정이라거나 편안함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High risk(하이 리스크), high return(하이 리턴)! 동아일보 동기들과 즐기던 고스톱 칠 때만 필요한 구호는 아니지. 위험할수록 보상이 더 클 것이다. 그래 가자.'


四十而不惑
마흔 전후하면 남의 말에 유혹되지 않고 판단을 흔들림 없이 할 수 있게 된다는 공자의 말이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얼토당토않은 말이지만, 그래도 그 때쯤 되면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한다고 내 자신에게 다짐을 하곤 했다. 남들은 쉽게 경험하지 못할 젊은 시절의 극심한 멘탈 붕괴나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던 아픔을 겪으면서 한 번 뿐인 인생 멋지게 살아야한다는 잠재적 의식을 가진 것 같다. 막연했던 다짐이 나이 서른아홉에 들어서자 구체적으로 번뇌의 화두가 되었고, ‘내  삶을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라는 내 잠재적 의식에 불을 붙였다. 문득 바로 지금이 그 때가 아닌가 싶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며 소설을 썼다. 
그냥 이대로 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불안해도 삶의 방식을 바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진정 내가 원하는 ‘가지 않은 길’로 가 볼 것인가? 운명처럼 다가왔던 생물학 공부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여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버리지도 못하고 집어들지도 못한 채 고민과 번뇌는 계속 했지만, 그러나 꿈을 위해 버리기에는 지금이 너무 좋았다. 일 년에 2~3달은 해외 출장을 가고, 죽이 맞는 동료와 마음 맞는 선배 그리고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이 통하고 문화적이고 지적인 인생의 친구들이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 사람들과 어울려 먹고 즐기던 기쁨이 사라질 것이고 한 치 앞도 장담 못하는 불확실한 미래일 텐데.

헝가리 부다페스트 아카데미 연주자들과 함께

걱정은 하면서도 혹시 머뭇거리다 시간을 놓쳐 내가 품은 뜻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지금처럼 사력을 다해 살다보면 내 길을 멋지게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안정이라거나 편안함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High risk(하이 리스크), high return(하이 리턴)! 동아일보 동기들과 즐기던 고스톱 칠 때만 필요한 구호는 아니지. 위험할수록 보상이 더 클 것이다. 그래 가자.
극도의 불안감으로부터 나를 극복했지만 첫 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두려움 속에서도 멋진 미래를 찾아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아내와 신경전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직업이 없이도 살 수 있을 만큼 돈이 충분하여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훨씬 더 큰 이유가 동아일보는 내 인생을 역전시킨, 나를 대변하는 커다랗고 든든한 울타리이고, 무엇보다도 아내와 아이들은 동아일보 다니는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죽이 맞는 동아일보 동료와 마음 맞는 선배

“나, 회사 그만둘까?” 어느 날 아내에게 긴장하면서 이런 질문을 슬쩍 던졌다. 분위기가 썰렁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급격하고 황당한 변화라 감내하기 어려워 망설이거나 눈빛이 흔들리게 된다면 어떻게 무슨 말을 하지?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내 좋은 것만 좇는 차갑고 밥맛없는 남편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걱정도 잠간. 아내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뭔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먹고 사는 밥벌이나 돈을 어떻게 벌어보겠다는 계획을 설명한 것도 아닌데 왜 아내는 두려움 없이 그렇게 쉽게 대답했을까? 아마도 내가 하고자하면 끝까지 똥고집을 부려 내 생각대로 할 것이라는 체념과 오랜 기간 자연과 함께 하면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리라. 결국 나는 회사를 그만뒀고, 진정 내가 원하는 ‘가지 않은 길’을 준비했다.
얌전히 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자발적 모험 때문에, 생물 덕분에 탄탄대로가 파란이 되고, 인생이 드라마틱해졌다.

스위스 루체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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