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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하는 짓이지? 환경을 한다고 벌레를 어찌해 보겠다고 2000년대에 1940년대의 삶을 살다니...”[생물학자 이강운 박사의 생태이야기] (10)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6.04.28|(103호)
세계소재은행학회에 참석한 필자가 붉은점모시나비에 대한 연구결과에 대해 외국학자와 대담 중인 모습

얼마 전 ‘붉은점모시나비’라는 세계적인 멸종위기곤충 연구 결과인 추위를 견디는 ‘내한성 물질’을 세계소재은행학회에서 발표했다. 관련 연구 결과가 전무한 곤충 한 종류가 갖는 뛰어난 생존능력과 이러한 물질을 훌륭한 산업 소재로서 많은 세계 석학들이 인정하고 공인했다.

1997년 7월 오랜 기간 준비했던 영국 유학길을 막았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손을 잡고, 사기를 당해 시세보다 10배 이상의 돈을 지불한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로 내려왔다. 임시로 처가에서 숙식하며 장인 눈칫밥 먹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빨리 데려올 수 있다는 마음뿐이었으므로 한 시도 지체할 까닭이 없었지만 아직 아내는 준비가 덜 되었는지 나보고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보라 한다. 기본적으로 내 일을 하고 싶다는 내 생각에는 동조했지만 같이 연구소 부지를 보러 다니면서 ‘이 곳만은 안 된다’는 횡성 갑천으로 결정했으니 오죽했으랴! 나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꽃자리라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아내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천형(天刑)의 유배지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까닭 없이 미움 받고 미물로 혹은 백해무익한 생물로 오해받는 벌레-곤충 천국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환경 보전의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운명처럼 머리 속에 박히며 나를 흥분시켰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었지만 숨 가쁘게 달려온 도시에서 살 데를 옮겨 대숲산 산골자락에 터를 잡아 몸과 마음을 의탁하니 갑자기 도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순서대로 차근차근 길을 밟아 나가면 득도(得道)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 자연의 역사와 그 자연 속에서 뿌리내려 살고 있는 대표 생물인 곤충,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자리를 조금씩 만드느라 애쓰면서 어제와 오늘이 달랐고 어제보다 오늘이 훨씬 생태적 삶이라 나날이 새롭고 새로웠다.

지난 4월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소재은행학회에 참석한 필자.

꿈은 이제 즐거운 일상이 되었고 어떠한 구애됨 없이 늘 자유로워 해방감을 만끽했지만 그러나 이렇게 바뀐 삶이 늘 낭만적이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어린 시절을 시골이나 도시의 근교에서 보낸 적이 없었던 내가 이렇게 깊은 골짜기에 혼자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서워졌던 순간이었다. 쏟아질 것 같은 별빛 밤하늘을 보는 일이 황홀하기도 했지만 가로등 하나 없어 새까만 강원도 깊은 험준한 산속에서 호랑이가 돌연 나타날까 두려웠고, 굽이굽이 깊은 골짜기를 따라서 흐르는 맑고 투명한 계곡 물이 비가 오면 굉음을 울리며 쏟아지는 성난 파도였다. 물론 길도 없었지만 멀리 난 산길은 한산하다 못해 무시무시한 적막강산 그 자체였다. 평생 그렇게 자연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별과 나비와 꽃과 달콤한 향을 주는 자연들이 큰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어디 오지 여행 온 것 같은 외로움을 뼈 속 깊이 느끼며 혼란스러워 지기도 했다.

쓰러져가는 집터 마루에 텐트를 치고,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잠자리에 드는 아주 원시적인 삶을 시작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마실 물과 목욕은 앞개울에서 해결했다. 피난 생활, 보급로가 완전히 단절된 이재민의 일상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환경을 한다고 벌레를 어찌해 보겠다고 2000년대에 1940년대의 삶을 살다니 정말 미친 짓이었다. 보름 후 횡성에 전세를 얻어 출, 퇴근하는 조건으로 아내가 딸아이와 함께 내려왔다. 말 그대로 너무 치열해서 잠시만 한 눈 팔아도 죽을 것 같은 아슬아슬한 일상이었지만 천군만마의 도움을 줄 아내가 오면서 조금 여유가 생겼고, 잠깐이지만 온갖 자연재해 속에 살아가면서 '체념의 지혜'와 자연 사랑이 몸에 붙으면서 절박한 의식주 문제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차분해졌다. 오랜 시절 인적 없이 완벽한 자연을 유지하던 곳이라 이런 불편함도 주었지만 생태계의 보고라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학문적 성과를 주기도 했다.

붉은점모시나비. 지난 4월 세계소재학회에서 발표한 붉은점모시나비의 내한성물질은 훌륭한 산업소재로 인정받았다.

며칠 전 4월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의학 관련 소재를 다루는 학회인 ISBER(세계 소재은행 학회)에 참석을 하여 ‘붉은점모시나비’라는 세계적인 멸종위기곤충 연구 결과인 추위를 견디는 ‘내한성 물질’을 세계소재은행학회에서 발표했다. 관련 연구 결과가 전무한 곤충 한 종류가 갖는 뛰어난 생존능력과 이러한 물질을 훌륭한 산업 소재로서 많은 세계 석학들이 인정하고 공인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도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 또한 횡성이 나에게 준 커다란 선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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