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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의 마지막 ‘소 쟁기질 꾼’ 안치옹씨를 만나고 오다.(1)특별기획 /‘소몰이 소리를 찾아서(3)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6.05.18|(104호)
photo by jae young

“어쩜 지가 이곳에서는 마지막 ‘소 쟁기질 꾼’ 일거 같네요.
 지가 알기로는 횡성 어느 골타데이에도 소로 밭가는 사람 없는 거 같아요.
 지가 손 놓고 말면 이제 이 쇳소리도 없어지겠쥬?“

‘마지막’ 이란 말밥은 언제 들어도 처연스럽고 안타깝게만 다가온다. 

 ‘안치옹’ 어르신 말마따나 이젠 횡성 골타데이 어디에서도 소로 밭갈이 하는 모습   찾아보기 힘들다.아니 ‘아슴아슴’ 사려져 버렸다.

 어르신 사는 달고개(月峴里)가는 길.
봄이 농익고 있었다.
멀고 가까운 올망졸망한 산자락에는 개벚나무들
하얀 꽃등 흐드러지게 달고 지나는 길손들에게 수줍은 미소 풀풀 날리고
주천강 강가에는 선홍빛 복숭아꽃 현란한 빛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못 설렌다.
그냥 좋다.  
소리꾼 안치옹 어르신은 
예전 월현초등학교 있던 자리 주천강 건너 ‘내실 마을’에 사신다.
아담한 양옥(洋屋) 한 채와 구옥(舊屋)한 채
그리고 외양간 한 채.전형적인‘배산 임수’
집 뒤로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바람 막아주고
집 앞으로는 주천강이 다리밭 마을을 향해 유유히 흐르고 있다.

photo by jae young

“저 구옥 햇수로 60 년 됐구먼요.  지가 치악산자락 아래 살다 이리로 이사 오고 나서 지은 집이니.  자식 놈들 관리하기 귀찮으니 자꾸 헐자고 하는데   지가 똥고집을 부리는구먼유  그래도 지금은 가끔 가마솥에 쇠죽도 끓이고, 소먹이 콩깍지도 보관하고,   가을이면 시래기도 매달고, 아직도 잘 쓰고 있구먼유“  지금 외양간 스무 살 늙다리 부림소도 매양 그 짝이지만.   구옥이고 늙다리 순둥이 일소고 그 놈의 정이 들어 당최 못 놓겠어요“

photo by 모우에 히로꼬

“ 지금 매년 쟁기질 하는 저 녀석 우리 사람 나이로 치면    구십도 넘은 늙은이 예요.   저 녀석 세 살 때 부림소로 일 가르치고 벌써 17년 째    저랑 같이 봄이면  밭을 가는구먼요.   이젠 기력이 쇠해 많이 힘들어 해요.   예전에는 쉬엄쉬엄 해도 하루 천 평 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는데..   서 너 고랑 갈아도 ‘쌕-쌕’ 숨 차 하는 거 같아 쟁기질 하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프구먼요.   그래도 사람이나 짐승이나 늙어서도 꿈지럭 거려야 건강유지하잖아유.    그래서 안쓰러워도 봄 되면 저 녀석 등에 소쟁기를 얹는구먼유“

photo by jae young

​을유생‘해방둥이’(1945년생)다.
예전 같으면 그야말로 ‘에헴’하고 아랫목에 앉아
해다 주는 밥이나 드실 그런 연세인데
그는 아직도 만

여 평의 밭농사를 손수 짓고 있다.
논농사야 농기계가 ‘두르르’ 해대니 그렇다 손 치더라도
밭농사 만 평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버거운 농토다.
그는 만 여 평이나 되는 비탈진 밭을 스무 살 늙다리 순둥이랑 한 달 내내 간다.
워낙 밭에 돌이 많아 집에 경운기 있지만 소로 쟁기질 하는 게 편하다고 하신다.
주로 농약 덜 치고 품이 덜 가는 옥시기. 콩 , 팥을 심는다고 하신다.

photo by jae young

“ 녀석 없이는 어림도 없죠  참 순해요.
저리 늙어 힘없어도   등허리 ‘툭툭’ 치고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면 군말 없이 따라나서요“ 

집 앞 월현 초등학교 졸업하지마자
인근 서당 3 년 다니고 나서부터 열다섯 꽃다운 나이에 지게를 지고
아버지 따라 농사를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강림에는 중학교 없고 30 여 리 안흥에  나가야
중학교 있었기에 그는 일찌감치 가방끈 놓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농사 시답잖게 지어 올망졸망 8 남매 공부 가르친다는 건
애시 당초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래도 어린 치옹 씨는 그러는 아버지가 못내 야속 했었다.
배움의 한이 지금도 마음 한 자리에 옹이처럼 박혀있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총명하고 달필이어서인지
지금도 틈만 나면 고서를 필사하고 사주, 작명을 거뜬히 하신다.
치옹씨 사는 집 대들보 상량 때 쓴 글씨도 그의 작품이란다.
서예에 문외한이 내가 보기에도 보통 솜씨 아니다.

​“스무 살 철모르던 나이에  이웃 속담에 사는 나이 한 살 많은 누나뻘
집 사람과 중매로 장가라는 걸  갔어요.       
그렇게 산지 올해로 52년 째 되네요.  
2남 5녀 다 키워 출가 시켰구요.  
참 징한 세월이었지요.  
평생 일만 했어요  우리 둘. “ ​

손수 봉다리 믹스 커피를 타는
그의 눈가에 초롬하니 물기가 번진다.

photo by 모우에 히로꼬

글/ 정 재영(소설가. 횡성문인협회 회장)

사진/ 정재영, 모우에히로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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