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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키워준 사람들[생물학자 이강운 박사의 생태이야기] (11)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6.05.27|(105호)
이장을 하던 2000년 갑천면 이장들과의 부부동반여행 기념사진. 병지방 김용택이장님, 삼거리 김시원이장, 갑천 박두환이장, 구방리 김병옥이장은 깊은 형제애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지난 번 갑천면 체육대회에서는 외지인들이 낯설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내고향에 들어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특별히 나쁜 뜻은 아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하는 것. 아하!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곤충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최고의 서식지를 만들고 벌레를 통해 생태 교육을 실천하여 궁극적으로는 환경 보전의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 보자는 계획으로 시작했지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행해지던 각 종 실험들을 2만 여 평의 넓은 터의 실제 생태계 내에서 구현하자니 막연했다. 물론 국내에 이러한 종류의 생태 교육을 하는 곳도 없었지만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6 개월간의 영국 체류 시절동안 혹은 동아일보 재직 시절 외국 출장 때마다 관심을 갖고 유명한 생태 도시나 시설을 방문하여 오랜 시간 관찰했지만 잘 꾸며진 식물원과 그 안에 액세서리처럼 붙어있는 온실 정도의 나비 사육장 정도였다. 사례가 없어 벤치마킹할 대상도 없었고 내 아는 방법과 책에서 이론적으로 논의 된 방식을 기초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첫 삽을 뜨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우선 놀기로 했다.

연구소 부지를 구입하면서 비록 부동산 업자에게 수 십 배의 사기를 당했지만 당장의 생계비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연구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2가지 질문은 ‘첫 번째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갖고 있었는가?’ 와 ‘왜 하필 횡성 갑천인가?’ 였다. 왜 하필 횡성 갑천은 이미 지난 시간에 생태적 우수성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렸고, '그렇게 많은 돈을 갖고 있었는가?'의 사연은 이렇다.

동아일보 재직 시절 대신증권에 근무하던 대학 동기 권유로 1984년 주식을 시작했다. 영업부에 근무하던 소심한 대학 친구가 영업 실적이 부진해 도움을 요청했고,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근로자증권저축을 가입했다. 비과세인데다 연말이면 소득공제가 됐으므로 별로 나쁠 것이 없었다. 아내도 가톨릭 의대 강남 성모병원에 수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나만큼 월급을 받았으므로 내 보너스 없이도 생활에 지장이 없던 시절이어서 보너스 모두를 계좌에 넣었다. 나도 잘 몰랐지만 그 당시는 주식 시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라 주변 분들이 많이 걱정을 했다. 나도 걱정은 되지만 친구의 딱한 사정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술 상봉(한상봉), 주(酒) 강운이라는 별명으로 대학 시절 어울려 술을 같이 마시던 단짝이었다. 소심하다하나 그만큼 꼼꼼한 면이 있어 원금은 떼이지 않겠지 라는 생각도 있었고. 상장하는 주식만 사고, 증자하면 그 만큼만 추가 매입하면서 거의 30개의 우량 주식만을 갖고 있었다 한다. 주식 투자 3 년 만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맛있는 저녁 사라고. 물론 나는 내용도 잘 몰랐고 친구만 믿었는데 밥을 사라니 잘 됐는가 싶었다. 주식이 투자 원금의 거의 30배 이상 오르면서 갑자기 준 재벌의 재산을 갖게 되었다. 아마 이 일을 하라고 돈을 벌게 했던 것 같고, 상당한 액수여서 내 꿈을 그 때부터 준비했는지 모른다.

대학친구들과 술 한잔. 왼쪽이 필자. 옆의 친구가 ‘그렇게 많은 돈’을 갖게 해준 친구다.

무작정 내려왔지만 입주 20일 만에 전기가 들어오고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인 벽을 세우고 아궁이를 고쳐 군불을 땔 수 있고 부엌을 만드니 등 따뜻하고 배가 불러 놀기 좋았는데, 우리의 안부를 걱정하시면서 늘 끌탕을 하시던 부모님들이 갑자기 오시겠다고 연락이 왔다. 조금이라도 괜찮다는 표시를 하기 위해 굴삭기를 불러 험한 산길을 서둘러 보수하던 중에 오토바이를 탄 네 명이 술에 취한 채 들이닥쳐 동네에 신고식도 하지 않고 길을 닦는다고 텃세를 부린다. 우리 집에 오셔서 한 숨만 내쉬던 부모님이 이런 험한 꼴을 당하시고 크게 놀라시면서 이런 나쁜 놈들과 이런 데가 어디 있느냐고 노발대발하셔서 욱하는 마음이 앞서며 크게 당황했다.

그 일 이후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하면서 연구소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냥 그들의 삶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갑천 면민들, 횡성군민들과 20년 동안 잘 어울려 살았다. 이제는 오히려 내가 더 원주민화 되어서 지난 번 갑천면 체육대회에서는 외지인들이 낯설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내 고향에 들어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특별히 나쁜 뜻은 아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하는 것. 아하!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지난 4월 열린 갑천면민체육대회. 20년을 횡성서 살다보니 원주민화되어 외지인들이 낯설게 느껴지곤 한다.

시간은 나무만 키운 게 아니라 사람들을 키워서 특히 2000년도부터 3년 동안 이장을 같이 한 병지방의 큰 형님뻘인 김용택 이장님과 비슷한 또래인 삼거리의 김시원 이장과 갑천의 박두환 이장, 구방리의 김병옥 이장에게는 깊은 형제애를 느낀다.

좋은 친구 덕분으로 돈을 벌어 이렇게 좋은 일을 하게 되고 좋은 이웃들의 힘으로 또 20년 동안 연구소를 잘 운영해 왔으니 모두 세월이 키워준 사람들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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