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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모우에 히로꼬 |
“선생님 이제 나가보실까요?
오늘도 주천강가 옥시기 심을 밭 한 떼기 다 갈아야하기에
잰 걸음 놔야 겠네요. 늙다리 녀석이라 일이 많이 굼떠요. 이젠.“
외양간에는 어미 소 세 마리, 송아지 한 마리 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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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jae young |
“ 저 녀석 참 잘 생겼죠?
20 여 년 전. 저 녀석 부림소로 한 눈에 알아봤다니까요.
부림소는 모름지기 체격 좋고, 발모강지 몽탁하고, 뿔 안으로 구부러져야 제격이죠.돌 밭 밟으려면 평발은 안 돼요. 그리고 뿔 버쩍 선 놈은 승깔 드러워 일 못 가르쳐요
버릇처럼 순둥이 등 서너 차례 긁어주고 머리 쓰다듬어 주고는
물통에 물 한 바가지 먹이고 소 입에 멍을 씌운다.
지게에 밭갈이 연장인 쟁기 짊어지고.
<호리소리>
이러 이러
이러 어디여 이러
어디여
어-후
너무 가지를 말구 어라 마-마
골제로 들어서라. 그렇지
이러 이러 올라서
이러 이러 어-후
이러 이러
이러 어디여 이러
어디여
어-후
우리 순둥이 잘한다
어-치 어-후
숨도 차고
쉬었다 가자 이러 이러
(안 치옹 소리/ 채록 : 정 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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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모우에 히로꼬 |
소 한 마리로 밭을 가는 호리소리는
안소와 마라소 두 마리 소로 밭을 가는 겨리보다
소리가 단조롭다.
워낙 청이 좋은 치옹씨 청아한 소몰이 소리가 달고개 골타데이에 울려 퍼진다.
언제 들어도 소몰이 소리는 참 좋다.
‘조근조근’ 소와 주고받는 저 소리.
치옹씨 말대로 워낙 노쇠한 순둥이는 불과 서너 고랑 밭을 갈고도
숨을 ‘쌕 쌕’ 몰아쉰다.
다리까지 ‘덜덜’ 떨고.
옆에서 보기 안쓰럽다.
치옹씨도 한 고랑을 더 갈고는 밭 가장자리에 쟁기를 멈추고
담배 한 대를 입에 무신다.
“올해 까지만 저 녀석 부리고 이제 그만 저 녀석 은퇴 시켜야겠어요.
내 손 놓을 때 까지 같이 하려 했는데 오늘 보니 너무 힘들어 하는 거 같아
내 맘이 짠하네요.
다시 튼실한 놈 하나 골라 일 가르쳐야 겠어요.
지 근력 있는 한 이 일 계속 하려면.
그렇게 근근덕신 비탈진 밭 갈고는
특별히 뜸물에 콩깍지 듬뿍 넣은 특식을 순둥이한테 대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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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모우에 히로꼬 |
모처럼 오셨는데 라면이라도 삶아 드릴테니
점심 요기 하고 가라고 한사코 붙드신다.
나이 한 살 많은 누님 같은 부인은 산에 일 가시고 혼자라며
따순밥 못 지어드려 어떻하냐고 연실 머리를 긁적이신다.
이 집 큰 아들 철주를 내가 이곳 학교에서 5.6학년 때 담임을 했던 터라
나랑은 그 정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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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모우에 히로꼬 |
금방 낳은거라며 토종닭 날계란 하나를 건네신다.
점심 못 해 드려 어떻하냐는 말 또 되뇌시며..
온기가 식지 않은 날계란 맛이 너무 고소하다.철주 아버지 정 듬뿍 들어 있기에 더더욱.
집 떠나는 내게 오늘 뒷곁에서 딴 거라며 표고버섯 한 봉다리 차창 안으로 건네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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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모우에 히로꼬 |
달고개를 내려서는 내 귓가로 밭 갈면서 숨 차 ‘색색’ 거리던 순둥이 숨소리, ‘짤랑’ 거리는 워낭소리,그리고 구성진 안치옹씨 소몰이 소리 들려오는 듯 해 난 연실 봄이 농익어 가는 달고개 언덕배기를 뒤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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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모우에 히로꼬 |
글: 정 재영(소설가. 횡성문인협회 회장)
사진: 정재영, 모우에 히로꼬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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