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초기는 물론 북한군 전차가 한 장소에서 11대나 파괴된 기록은 6.25전쟁을 통틀어 없었다. 한국전쟁을 주제로 한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육탄용사들이 탱크를 폭파시키는 장면들은 홍천 말고개전투를 모델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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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이 발발한 지 62년이 흘렀다. 전쟁에 참여했던 당시의 젊은이들은 지금 80세를 훌쩍 넘었고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6.25전쟁 그리고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에 대해 다양한 잣대가 존재한다. 이 회고록은 6.25전쟁에 대한 역사적 연구가 아니다. 6.25를 경험한 한 개인이 전하는 전쟁기간 삶의 궤적이다. 횡성이라는 이름아래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횡성인들의 삶을 통해 오늘 그리고 내일의 횡성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편집자 주>
김명수 6.25참전유공자회 횡성군 지회장
7굉음과 함께 11대의 전차는 50m 전방에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었다. 이때 맞은편 계곡에 숨어있던 제2연대 대전차 중대에서 마침내 철갑탄을 쏘아 날렸다. 11명의 용사들의 숨이 막히는 순간이였다. 탱크는 육탄용사 1번조인 조달진 일병 앞으로 굉음을 울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엎드린 채 조달진 일병이 가만히 눈을 떠서 훔쳐보니 거대한 탱크가 바로 눈앞을 지나고 있었다. ‘아!’ 하고 조일병은 숨을 막았다. 탱크의 포신이 빙그르 돌며 조달진일병이 있는 쪽을 향했던 것이다. 조달진 일병은 후에 이때를 회상하며 ‘이제는 죽었구나’ 하는 생각에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고 했다.
바로 이때 건너편에서 김학두 일등중사가 쏜 대전차포 철갑탄이 1번 전차의 옆구리에 명중했다. 제1호 탱크는 제2연대 포중대 위치를 확인하려는 듯 멈칫하면서 섰다. “이때다!” 조일병은 같은 조의 김일병의 옆구리를 찔렀다. 김일병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이미 안전핀을 뽑은 81㎜ 박격 포탄을 전차의 바퀴 밑에 굴려 넣었다. 두 병사들은 도랑깊이 숨었다. 적 탱크는 눈치채지 못하고 다시 진격하기 시작했다. “쾅!”하고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폭음 소리가 울리더니 1번 전차가 들썩하면서 멈춰 섰다. 조달진 일병이 몸을 일으킨 것은 그 순간이었다. 그는 비호처럼 탱크 위로 뛰어 올라가 해치 손잡이를 열어 수류탄을 넣었다. 그런 다음 조일병은 탱크위에서 몸을 날려 멀리 뒹굴었다. “쾅!”하면서 1번 탱크 안에서 폭음이 울리더니 불길에 휩싸였다. 1번 탱크는 파괴되었으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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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천 말고개전투의 조달진 일병은 그 후에도 육탄공격으로 적의 전차를 파괴하는 등 혁혁한 전공으로 한국군 최초로 미 동성훈장을 수여받았다. 2012년 7월, 이달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된 조달진 육군소위. |
1번 선두 전차가 파괴되어 움직이지 못하자 나머지 10대의 탱크도 일제히 멈추게 되었다. 2번 탱크가 1번 탱크를 밀어서 치우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자 맨 뒤의 11번째 탱크 해치가 열리더니 군관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의 탱크 뒤에 꽂은 깃발로 보아 대대장인 듯했다. 그 순간 계곡에서 날아온 아군 기관총탄에 머리를 맞은 장교는 뒤로 쓰러져 버렸다. 육탄용사 11번 조인 이하사가 벌떡 일어나 탱크위로 재빨리 올라가 해치 안에다 수류탄을 넣었다. 탱크가 폭파되며 불기둥이 솟았다 나머지 9대의 탱크는 앞으로 전진도 할 수 없고 뒤로 후진도 할 수 없이 갇혀 버렸다.
여기저기에서 탱크 해치가 열리고 대체 어찌된 일인지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북한군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아군의 총공격이 시작되어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거나 탱크를 버리고 도망치다가 죽어 갔다. 육탄 용사들은 마음놓고 나머지 탱크의 해치 안에 수류탄을 넣어 11대의 전차를 폭파시켰다. 전 장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며 만세를 불렀다. 실로 통쾌한 순간이었다.
6.25전쟁 초기는 물론 북한군 전차가 한 장소에서 11대나 파괴된 기록은 6.25전쟁을 통틀어 없었다. 한국전쟁을 주제로 한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육탄용사들이 탱크를 폭파시키는 장면들은 홍천 말고개전투를 모델로 한 것이다.
6사단 2연대, 7연대, 9연대의 사기는 충전됐다. 말고개로 진출하려던 인민군은 그렇게 참담함 패배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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