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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회(횡성희망신문대표) |
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은 불편하고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우리 사회와 지역이 병들어 있다. 우리 스스로 김영란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의롭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횡성은 학연, 지연, 혈연 등 ‘연줄’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토착민들은 거의 모두 이러한 연줄로 얽혀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줄을 중시하는 만큼 외부에 대한 배타성도 강하다. 그래서 횡성에 연줄이 없이 이주해온 사람들은 횡성에 정착해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발생하면 공식적 절차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연줄을 동원한 비공식적 해결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 누적되면서 횡성의 ‘연줄 문화’를 형성하였다. 그런데 이제 횡성의 연줄 문화가 거대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김영란법 때문이다.
법의 적용 대상자만 무려 400만명에 이르는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5년 전인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서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내용이 삭제되었고, 지난해 3월 27일 법이 제정되었다. 법 제정 이후에는 대한변협, 기자협회, 인터넷언론사, 사립학교ㆍ사립유치원 임직원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지난 달 28일 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는 취업, 사업권 획득, 각종 민원 해결 등 우리의 모든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결정되기보다는 힘 있는 사람들과의 연줄에 의한 정실과 부정청탁에 의해 결정되는 부정청탁과 부패의 문화를 혁신하는데 있다. 한마디로 연줄과 줄서기 보다는 능력과 노력에 의해 평가받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부정청탁과 힘 있는 사람들에게 줄서는 잘못된 관행은 필연적으로 부정청탁과 부패를 유발하고 공정한 경쟁과 결과에 대한 승복이라는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를 파괴하고 불신을 확산시킨다. 횡성에서는 힘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업가들에게 일감을 몰아주어 부를 축적하게 해주고 ‘각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힘 있는 자리를 나누어 주어 주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주민들이 이야기하는 사례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이야기의 당사자들은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주민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들이 줄질 않고 오히려 계속해서 증폭되는 이유는 개인적인 능력과 노력에 의해 부와 권력을 정당하게 쟁취했다는 믿음보다 연줄에 의해 부당하게 획득했다는 주민들의 믿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연줄을 기반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힘 있는 사람’들의 주민 편가르기와 힘 있는 사람들에게 줄을 잘 서서 개인적 이득을 보려는 주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연줄 문화로 발생한 것이다.
김영란법의 시행은 이러한 잘못된 문화와 인식의 개선을 강요할 것이다. 문화는 인간 삶의 총체적 양식이다. 인간 행위의 반복과 누적을 통해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고 그 문화를 토대로 인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잘못된 문화와 인식이라 할지라도 문화와 인식은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한다. 결국 김영란법과 같은 법적 강제에 의해 잘못된 문화와 인식이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은 불편하고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우리 사회와 지역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 스스로 김영란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의롭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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