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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지(誰我知’) 소 쟁기질 꾼, 허성구씨를 만나고 오다.특별기획 /‘소몰이 소리를 찾아서(6)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6.08.19|(110호)
photo by jaeyoung

‘수아지(誰我知)’ 마을.

한자로 뜻을 풀이 해 보면
누구 수(誰) , 나 아(我) , 알 지(知) 

수아지마을풍경 photo by jaeyoung

‘내가 여긴 있는 줄 누가 알겠나?’ 란 뜻이다.
아주 오래전 어떤 사람이 이곳에 피난을 왔다가 마을 형태가
바깥에서는 아무리 봐도 사람 살 거 같지 않게 생겼기에
그리 혼잣말 지껄였고 그게 말이 씨 가 돼
마을이름을 ‘수아지’로 붙였다고 한다.
얼마나 재미있는 마을 유래인가.
새삼 우리말의 멋스러움에 절로 고개 끄덕여 진다.

‘수아지’ 는 발음 나는대로 ‘수나지’불리었고
내 어릴 적에도 그냥 ‘수나지’ 마을이라 불렀다.

갑천서 초현 가기 못 미쳐 왼쪽에 있는 마을.
큰길에서 아무리 목 고개 빼고 들여다봐도 당최 마을이 있을 거 같지 않다.

그 지독한 6.25 전쟁 때도 이 마을만은
적의 눈에 안 띄어 개미새끼 한 마리 안 다치고 온전했다고 한다.

그래서 ‘피난골’이라고도 부르게 됐고.
그야말로 횡성의 십승지다.

***

그 마을 ‘장구목’ 이라는 골짜기에 소 쟁기질꾼 허성구씨가 산다.
청일면 초현리 3 반.

수아지 ‘짐생이골’에서 태어나 80 평생 단 한 번도 이 골타데이 떠난 적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수아지’ 마을 토박이.

***

“시 오리 길-
짚세기 신고 6 년 동안 갑천초등학교 댕겼지요
지가 24회.
그땐 핵교 가는 길이 왜 그리도 멀고 춥기만 했던지요.
지난 밤 아버지께서 삼아주신 짚세기는 하굣길, 밤골도 못 미쳐 너덜거려
그때부턴 아예 맨발로 수나지 골타데이 걸어 올라오곤 했었어요.
가시에 질리고, 돌부리에 채여 발톱 빠지고.
그래도 그 때가 제일 행복했던 거 같아요.
거기까지가 제 가방끈이었으니까요.
친구 놈들 까만 교복 입고 으스대며 강 건너 중학교 가는 걸
집 뒤 비탈진 밭 자들박에서 바라다 볼 때는 
당장이라도 지게 목발 내 던지고 싶더라구요.
그런 날 밤이면
사랑방 등잔불 밑에서 ‘꺼이꺼이’ 목을 꺾었죠. 밤새도록
못 배운 한.
그놈의 꺼
평생 마음자리에 남아 지워지질 않네요“

***

“친구들 강 건너 중학교에서 에.비.씨 갈비씨 어쩌구 할 때
 아버지 따라 지게 지고 논밭을 핀답했어요.
 아침저녁으론 소꼴을 베고..
 소 쟁기질은 아버지한테 배웠어요.
 소몰이 소리도.
 아버지는 가근방에서는 알아주는 소리꾼에 선군이었어요
 아버질 닮아 저도 어깨너머로 배운 소쟁기질이
 스무 살 될 무렵부터는 제법 동네 품앗이에 끼어 선군으로
 논을 갈고, 밭을 갈고, 논을 삶았어요.         
 마라, 안소 두 마리 앞세우고 소몰이소리 한 자락 뽑아 올리며
 밭을 가노라면 정말 세상 부러울 게 없었어요“

“지가 그렇게 쟁기질 하면서 밭을 갈아 나가면
  집 지을 때 낭구 목재에 먹줄 친 거처럼 반듯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칭찬 꽤나 했었지요.
  변성기 지나 목이 ‘탁’ 트이고 부턴 소몰이 소리도 점차 아버질 닮아
  물 흐르듯 수나지 골타데이를 가로질렀죠.
  젊어서는 소리 꽤나 했어요.
  지금은 다 늙어 이 모양이지만“    
  ㅎ ㅎ

***

photo by jaeyoung

“19살에 장가라는 걸 갔어요.
 맞선도 못 보고 그저 중매장이 말만 듣고. 아버지 일러 주는대로.
 그땐 그랬어요.
 강 건너 중학교 뒷동네 안매일 산다는 저보다 두 살 많은 새악시.
 가마를 타고 잔칫날 대례청에 가 처음 각시 얼굴 봤죠.
 연지 곤지 찍고 족두리 쓴 우리 각시.
 아! 정말 이뻤어요.
 그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 같았어요.
 얼마나 제 입이 귀에 걸렸던지 친구들 지금도 놀려먹곤 하죠.    
 그 선녀 같은 각시랑 벌써 60 여 년 넘게 알콩달콩 살고 있네요.
 아들 넷, 딸 둘 낳아 잘 키우며.
 큰 아들이 벌써 환갑이네요.
 세월 참 빠르죠?“
“이제 내 나이 팔십 둘.
 살아 온 세월 가만히 뒤돌아보니 누구 말마따나 삐까번쩍한 번한 세월 살지는 못했지만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무탈히 살아 온 거 같네요.
 그래도 자식 여섯 반듯하게 키우고 두 녀석은 대학공부까지 시켰어요.
 그 때 가근방에서 대학공부 가르친 건 우리하고 버들골 한집 밖에 없었어요,
 가진 거 없이 자식 공부 시키느라 참 심들었어요.
 수나지 저 산 꼭대배이에서 숯을 고았는데 그 숯짐을 삼 년 내내
 저 아래 길가까지 져 내렸어요. 지게로.
 십 리도 훨씬 넘는 산길이었죠.
 거기다 얼마나 깡파른지 몇 번 지게 채 넘어져 구르기도 했구요.  
 그래도 그게 애들 공부시키는데 큰 보탬 됐죠. “

***

세상 참 좁은 거 같다.
그 분 처갓집 이야기 나누다 보니
그 선녀 같다는 그분 각시가 내 고향 ‘안매일’ 바로 뒷집 홍 씨네 큰 누님.
마을에서 곱기로 소문 자자한 누님이셨다.
청일 버들골로 시집가신 우리 누님 친구고.
읍내 복지관에 다녀오신 누님 날 보더니 바로 알아보신다.
“이게 누구야 재영이 아냐?”
 자네 어머니 이곳 수나지 참 많이도 오셨었는데..
 나물 뜯으러, 산 뽕 따러, 둥글레. 삽주 뿌리 캐러.
 여기 오시면 당신 딸 네미 친구네 라고 우리 집 꼭 들리곤 하셨었지.
 정말 부지런 하시고 잔정 많으신 분이셨지
 한마디로 여장부고 여걸이셨어“

***
어르신 내가 가져 간 막걸리 보시곤
주방으로 한 달음에 달려가 찌개를 데우고,
냉장고를 뒤져 막걸리 상을 손수 봐 주신다.

어르신, 냉 막걸리 한 잔 드시더니
막걸리 값해야 한다며
소리를 꺼내 개다리 소반위에 ‘뚜르르-’ 내려놓으신다.

그 술상 위로
어르신 유장한 소리가 물 흐르듯 흘러내린다
좋다.
아니 멋스럽다.


노-세 노-세
저 젊어서 노-세
늙구서야 병이아 들며는 못 노나니라
당신같이야 매정 한 데는
맷가루 송편에다가 콩속이나 두지요
오르락 내리락 잔기침 소리
잠자다가 듣고 들어도
사차-불패로구나.
                허 성구 어러리 소리 / 채록 : 정 재영

그는 가히 소리의 달인이다.
소몰이 소리 뿐 아니라 각종 농사소리, 횡성어러리, 회다지소리 등.
못하는 소리가 없다.
횡성 소리꾼을 대표 해 많은 대회에 나가 횡성소리의 진수를 보여주셨다.  

***

“소몰이 소리 안 한지 참 오래 됐네요.
 소리도 자주 해야 안 잊어버리는데 도통 소리 안 하고 지내다 보니
 노냥 쟁기질 하며 하던 소리도 아슴아슴 하네요.
 생각나는 대로 겨리소리 한번 해 볼께요. 선생님“

이러 이러!
이러저 이러!
어디여 저 안소야 물러를 서라
어러 마 늠나들지를 말고 어후- 어차!
치여 마라소야 물러를 서라 이러
아냐 골에! 마라 우겨서 이랴!
이러저 이러 이러 이러! 어디 어디! 이러!
아냐 지어서라 이러!
이러저 저 바위에 밀구만 들어서라
어후!
어디 저 마라소야 물러를 서라 이러
이러 이러! 마라 마라 마
마라 마 우겨를 서라 이러 이러 이러!
마라마 아냐 올라서
이러! 이거 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 즘잖지 못하게! 이러!
어후 - 어차
어디 저 마라소야 밀구 돌아만 서라

에- 좀 심들다 쉬어 갈자
와와와 와와 와와

허성구 겨리소리 / 채록 : 정 재영

***

여든 둘.
초로의 소몰이 소리꾼
허성구 어르신 두 눈에서는
어느새
‘초롬초롬’
물기가 묻어나고 있다. 
 
“작가 선생님
 막걸리 한 잔 ‘좍’ 들이키고
 말캉말캉한 논바닥 맨발로 들어 가
 마라, 안소 두 녀석 앞세워
 소몰이 한 자락 멋지게 뽑아 올리며
 논 한 번 신명나게 삶아 봤으면 원이 없겠네유“ 

photo by 모우에히로꼬글/ 사진 : 정재영(소설가, 횡성문인협회 회장)

2016. 8. 3   청일면 초현리 ‘수아지’에서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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