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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누진제
조만회 | 승인 2016.09.01|(111호)

 

조만회(횡성희망신문 대표)

전기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기본에너지이다. 강자와 부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와 빈자에게 가혹한 불공정하고 반(反)복지적인 누진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처서(處暑)가 지났는데도 한낮에는 폭염의 기세가 여전하다. 1994년 이후 가장 무더운 해라고 하지만 올해 여름의 무더위는 한증막, 찜통 등 온갖 수식어를 붙여 표현해도 모자랄 만큼 유난히 덥게 느껴진다. 이 여름의 폭염도 하루가 다르게 누그러지고 있지만 전기요금 누진제 시비는 한참 더 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전기요금을 둘러싼 국민들의 분노열기가 무더위만큼이나 뜨거웠다. 더위는 지속되고, 한전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률이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누진제로 인해 국민 개개인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반 가정의 에어컨 보유율은 80%가 넘어가고 있지만,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이 폭등하는 누진제 탓으로 서민들은 폭염 속에서도 맘대로 에어컨을 켜지 못했다. 에어컨도 보유하지 못한 취약계층의 고통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노령층,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이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계층일수록 폭염의 고통은 그들의 건강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마저 위협한다. 누진제로 전기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니 열사병, 일사병과 같은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에 이들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결국 이번 여름 전기요금 누진제 시비는 강자에게 관대하고 그들의 이익을 철저히 지켜주면서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 모순에 대한 약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같은 현실로 인해 이번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은 전기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질과 생명과 직결되며, 정의와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시켜 주었다.

정의의 차원에서 보면 전기요금 누진제는 불공정의 극치이다. 산업용 전력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대기업에 제공되고 있다. 삼성, 현대 등의 우리나라 대기업은 한전으로부터 원가에 미달하는 요금으로 할인을 받아오고 있다. 특히 2014년 한전의 원가손실액의 대부분(98.9%)은 20대 기업의 원가할인액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자료도 있다. 한전이 손해를 보는 만큼 대기업의 이익은 커지는 구조이다. 이렇게 발생한 손해를 일반 가정이 메우라는 것이 누진제의 본질이다. 여기에는 정의의 원칙은 고사하고 수익자 부담이라는 시장원리도 작동하지 않는다. 약자가 강자를, 빈자가 부자를 보조해 주는 불공정의 극치만이 있을 뿐이다.

복지사회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사회다. 이러한 복지의 차원에서 보면 전기요금 누진제는 복지사회에 역행하는 제도이다. 급격한 기후환경의 변화로 이번 여름처럼 냉방기기가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장기간 지속되는 폭염이 더 잦아질 것이다. 그로인해 사회계층에 관계없이 전기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기에너지는 단순히 비용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필수 기본에너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기본에너지는 비용부담 능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징벌적 성격까지 포함하고 있는 누진제는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기 절약’이라는 미명하에 희생과 고통의 감수를 요구하는 반복지적인 제도인 것이다.

이와같이 전기요금 누진제는 부자와 강자에게 유리하고 빈자와 약자에게 가혹한 정의에 반하고, 복지에 반하는 나쁜 제도이다.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지만 우리사회 부자와 강자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지 여전히 미온적이다. 하루 4시간만 에어컨을 틀면 된다는 둥의 한가한 소리로 무더위로 열받은 국민의 분노를 더하더니 복잡한 계산식을 동원해 할인을 해준다며 생색을 내고는 할 일 다했다는 태도다. 그래서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이 여름의 폭염이 더 뜨거웠는지 모르겠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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