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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회(횡성희망신문 대표) |
보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 누군가의 피눈물로 만든 혈세이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소중하고 무겁게 여겨 사용돼야 한다.
어느 일간지에 귀농인이 겪고 있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보도됐다. 기사의 주인공인 A씨는 아내의 고향으로 귀농한 농부다. 귀농 전 건강이 나빠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던 그는 귀농 후 약 3000평 규모의 친환경 과수 농사와 청정한 시골생활로 인해 빠르게 건강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지역 내 자신과 같은 작목을 재배하는 농가들을 설득해 해당 작목 연구회의 창립을 주도하고 연구회 초대 회장도 맡았다. 하지만 현재 A씨는 해당 작목 연구회 회장도 회원도 아니다. 자신이 주도해 만든 연구회에서 제명되고 회원 자격까지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조금에 있었다. 연구회의 한 임원이 회장인 A씨 모르게 해당 작목의 용기 지원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가 해당 임원에게 리베이트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하자 그 임원은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오랜 관행이고 ‘능력’이라고 강변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리베이트를 돌려주고 그 액수만큼 용기를 추가 공급받는 것으로 봉합됐다. 이 보조금 비리 건은 경찰에서도, 검찰에서도 무혐의로 결론 났다. 해당 지자체에서도 유야무야 처리되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한 A씨는 이 일로 인해 지역 내에서 ‘왕따’를 당해 결국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위 이야기는 현재 농촌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보조금 비리의 유형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각종 농업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치부하고 ‘먼저 먹는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농촌 사회의 일그러진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사례인 것이다.
그러나 보조금 문제는 비단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보조금 배분권을 가진 정치인, 보조금을 집행하고 관리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왜곡된 인식과 무책임한 부추김도 보조금 문제를 가져오고 또 보조금으로 발생한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 중요 요인이다.
정치인들은 보조금 배분권을 가지고 주민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표를 획득하려 한다.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이나 개인에게 보조금 혜택을 늘려 지지 기반을 강화하고, 자신과 대립하는 집단이나 개인에게는 보조금 혜택을 축소하거나 중단해 반대세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보조금은 자신들의 업무실적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사업을 수행할 역량도 부족한 마을이나 개인에게 다양한 보조 사업을 제안하여 외형적인 실적쌓기에 치중한다.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한 관리나 사업이 완료된 후의 사후관리는 소홀히 된다. 보조금이 잘못 사용되고 있어도, 서류상의 실적이 실제의 실적고 다른 것을 알면서도, 일은 안하고 인건비 지원만 받는 것을 알아도 못본체, 모른척한다. 그리고 현실과 다른 보조금 실적으로 다시 다른 보조금에 선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곤한다.
보조금이 주민, 정치인, 공무원들 각자의 이익만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보조금 문제가 끊이질 않고 계속되고 있다.
횡성에서도 그동안 ‘새농어촌 사업’, ‘권역 사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보조금 사업이 진행되었다. 각 마을이나 권역별로 수억에서 수십억까지 보조금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사업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곳의 현실을 보면 사업목적대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거나 주민들의 자존심이 높아졌다는 곳을 찾기 어렵다. 보조금에 도전할 때는 건물도 짓고 체험 시설을 만들고 주변 환경도 정비해 다양한 소득 사업으로 조금더 나아진 형편을 기대하지만 제대로 진행되는 곳은 거의 없다. 소득 증대를 위해 만든 체험 시설이나 사업장은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유지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주민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더구나 사업에 대한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해 마을이 분열되어 사업 시행 이전보다 마을의 분위기가 나빠진 곳도 많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시행된 사업이 삶의 질 악화로 결과 지워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정치인도 공무원도 마을 주민들도 보조금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내부 성찰없이 새로운 보조금 사업에 뛰어든다는 점이다.
보조금은 정부나 공공 단체가 기업이나 개인, 단체에게 특정 산업의 육성이나 특정 시책의 장려 등을 목적으로 교부하는 돈이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국민의 혈세이다. 보조금은 ‘눈먼 돈’ ‘공짜 돈’이 아닌 누군가의 피눈물로 만들어졌다. 소중하고 무겁게 여겨야 한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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