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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문양이 민망한 오늘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7.02.07|(122호)
조만회(횡성희망신문 대표)

거리에서 증오에 찬 얼굴로 투쟁적인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손에서 흔들리는 태극기의 태극 문양이 민망한 오늘, 설날에 온가족이 모여 서로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조화와 공존의 전통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태극기의 태극 문양만큼 심오한 뜻을 간직한 것도 드물다. 태극 도형 속에는 우주 만물의 생성·소장(消長)의 이치가 숨어 있고, 조화와 상생의 원리가 함축돼 있다. 음(陰)과 양(陽)이라는 이질적인 성질을 서로 배척하지 않고 서로를 안고 맞물려 돌아가는 문양이다. 태극 문양이 의미하는 것처럼 우리의 전통적인 세계관은 이질적인 것을 배척하지 않고 소통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더욱 높은 차원에서 조화와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러한 ‘고귀한 조화와 공존’의 전통을 상실하고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비천한 대립과 갈등’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비천한 한국의 정치현실은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이분법적인 선악 구조의 세계이다. ‘우리의 선(善)’과 ‘너희의 악(惡)’만 존재할 뿐 중간이나 회색지대는 용인되지 않는 세계이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세계에서 개인의 양심과 소신을 지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배신자’, ‘악인’의 낙인를 찍어 배제해 버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리 악인이라도 우리 편이면 모든 것이 용인된다.

195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즘(Mccarthyism)으로 상징되는 ‘반공주의’는 이러한 이분법적 선악구조의 결정판이다. 공산주의만 아니면 모든 것이 선으로 치환되고 공산주의 격퇴라는 목적은 모든 수단을 정당화 했다. 반공만 표방하면 민주주의를 말살한 독재자도 미국의 친구가 되었다.

이러한 이분법적 선악 구조에서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기득권층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보편적 이익에 봉사하는 것으로 포장하고 ‘우리’편을 만들어 그 특권을 유지하고자 한다. 정치인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국민들에게 권력을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을 국가와 국민 모두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나 자신들과 이해를 같이하는 ‘우리’편 만을 위해 사용해 부정과 부패를 유발한다. 87년 민주화 이후 등장한 역대 대통령들이 정권 말기에 예외 없이 친인척 비리나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으로 도덕적 비난을 받은 것도 우리 편이 하는 모든 것은 선이고 너희 편이 하는 것은 모두 악이라는 이분법적 선악 구조에서 자신들의 부도덕하고 불공정한 행위들을 정당화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가 융성과 국민 행복을 약속하며 권력을 달라고 했던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된 후 권력을 국가와 국민이 아닌 자신과 최순실 일당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쓴 증거들이 드러났다. 그런데 ‘대통령 박근혜’가 ‘우리’라고 지칭한 국민들은 아무리 명백한 증거를 내밀어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쁜 ‘너희’들의 음모에 걸려들어 고초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법의 판단을 불신하고 법 앞의 불평등을 요구한다. “빨갱이 나라를 만들 수 없다”는 이분법적 논리앞에 선악의 구분조차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분법적 진영논리는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법과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저버린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이분법적 세계관에 기초한 사회는 개인의 도덕성을 약화시키고 집단적 이기심을 극대화시켜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부도덕한 사회가 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분열과 갈등, 부정과 비리로 인한 고통도 이로 인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관은 생소하고 이질적이다. 우리의 전통적 세계관은 태극 문양이 의미하는 조화와 전통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다.

거리에서 증오에 찬 얼굴로 투쟁적인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손에서 흔들리는 태극기의 태극 문양이 민망한 오늘, 설날 온가족이 모여 서로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조화와 공존의 전통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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