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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군수의 재판이 남긴 것
조만회 | 승인 2019.06.14 16:01|(177호)
조만회 횡성희망신문대표

한 군수의 재판은 유무죄 여부를 떠나 타자에 대한 공감 능력의 고갈, 맹목적 분노와 증오를 통한 세(勢)불리기라는 후진적 정치 문화를 남겼다.

오는 6월 13일 한 군수의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내려진다.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기 시작한지 2년여 만이다.

장기간에 걸친 한 군수의 재판은 유무죄 여부를 떠나 지역사회에 ‘증오와 갈등’의 증가라는 후유증을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한 군수를 지지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비판하는 세력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분노와 증오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증오와 갈등의 증가는 횡성만의 문제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다. 정치인들은 증오와 갈등을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채질한다. 끊이지 않는 정치인들의 막말은 여야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에 이어 “야만성만 빼면 김정은이 문재인보다 낫다”라는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막말 논란으로 비판이 커지자 황교안 대표가 사과까지 했다. 자유한국당을 향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도둑놈’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사이코패스’ 발언도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반대 진영을 향한 정치인들의 이같은 막말은 사회적 분노를 키우고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막말을 하고 분노와 갈등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지층의 결속을 강화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 숨어있는 것이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편 가르기와 진영 간 대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상대를 향한 막말은 분노와 증오를 자극해 지지층을 손쉽게 결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분노와 증오는 정치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분노와 증오를 활용해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것이 진실을 왜곡하고 대중을 속이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 간 한 군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횡성의 정치인과 기득권 세력들 역시 분노와 증오라는 정치적 도구를 활용해 주민들의 입을 막고 권력을 유지해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 군수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가 더 많은 것을 외면하고 횡성군민 절대다수가 한 군수를 선택한 것으로 왜곡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부동산개발업자들로부터 골프접대와 골프용품, 달러까지 받은 한 군수의 행위를 비판하고 부정부패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으로 매도하며 공직자인 한 군수의 잘못된 행위를 덮고 가자고 강요했다. 군정공백을 우려한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의 퇴진 요구를 자식이 어버이를 내쫓는 ‘패륜적 행위’로 몰아세우며 지지자들의 분노와 불안을 자극하고 전 근대적 인식을 강요했다.

한 군수는 3심을 받을 수 있는 개인적 권리를 내세워 대법원 상고를 강행해 군수직 유지를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군수와 그의 지지 세력은 권력 장악과 세력유지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지역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편 가르기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심해 대통합위원회까지 만들어진 횡성을 타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더 만연한 곳으로 만들었다. 분노와 증오를 통한 세(勢)불리기라는 후진적 정치 문화를 더욱 공고하게 한 것은 물론이다. 이런 후진적 정치 문화의 공고화는 횡성지역 사회의 공감 능력을 고갈시킬 것이고 타자를 향한 맹목적 분노와 증오가 증가하는 악순환을 반복시킬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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