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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평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만회 | 승인 2019.09.09 16:25|(182호)
횡성희망신문 대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은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사다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열정키움장학금’은 횡성인재육성장학재단이 지역 학생들에게 여러 명목으로 지급하는 장학금 중 하나다. 게임 등 학업이 아닌 분야에서 학생들이 지닌 꿈과 열정을 평가해 사회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도입 취지는 좋았다. 그런데 민사고 학생들이 전체 선발 인원 중 40%를 차지했다. 당초 장학금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결과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열정키움장학생’은 지원학생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평가해 선발한다. 학생들은 인재육성재단이 만든 자기소개서 양식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 인재육성재단의 자기소개서는 총 5개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중 ‘나의 열정이야기’라는 항목은 열정 관련 경험 및 성과를 구체적으로 적을 것을 요구한다. 이 항목에서 민사고와 일반고 학생들 간에 현격한 평가 차이가 났을 것이다. 꿈과 열정은 비슷할 수 있으나 열정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과 기회가 민사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훨씬 유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장학금 심사 규정에 맞게 공정한 심사를 해서 선발했다 할지라도 응모했다 떨어진 일반고 학생들이 결과를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 억울한 느낌은 무엇일까. 아마 형식적으로는 공정하지만 무엇인가 넘을 수 없는 ‘불공정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일 것이다. 요즘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딸 문제를 보자. 많은 사람들이 조국 딸의 입시와 장학금 수혜 과정에 특혜와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그의 딸이 거쳐 간 대학과 대학원 학생들이 촛불시위를 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들이 분노한 건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이 향유하는 특권에 대한 분노였다. 조국 딸이 고교시절 한 의과대학 연구소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되는 등 50억 자산가와 대학교수라는 부모의 배경을 활용해 스펙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성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딸의 입시 의혹에 대해 최근 조국 후보자는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했다.

자기 딸의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 상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 법과 제도의 혜택이 자신과 같은 기득권을 가진 소수에게만 적용될 뿐 다수는 그러한 혜택에 접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딸이 고등학생 신분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의과대학 연구소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되어 쌓은 스펙으로 대학 입시에 성공해 명문대에 들어간 것은 자신의 기득권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백한 것이다. 또 그런 스펙을 쌓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해 대학 입시에서 동일한 혜택을 받지 못한 많은 청년 학생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조국딸의 진학과정을 알게 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희망하는 대학이나 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조국 후보자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개혁의 아이콘이다. 이런 사람조차 자신이 기득권세력의 일원으로서 많은 특혜를 누려왔다는 사실에 둔감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가 얼마나 불공정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열정키움장학생 선발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억울함, 조국 딸의 법적으로 문제없는(?) 그러나 불공정한 출발로 상처받은 청년들의 분노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함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기득권 세력의 특권과 세습을 보장하는 ‘불공정의 벽’의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분노도 커질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은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사다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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