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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정시 어느 쪽이 공정할까
조만회 | 승인 2019.11.25 16:46|(187호)
조만회 횡성희망신문대표

학벌이 곧 돈이 되는 학벌사회 구조가 타파되지 않는 한 교육의 공정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광화문에서 보수단체들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하는데 이런 게 독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을 작심하고 비판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대입 특혜 논란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0월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 불공정 문제”이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정시 비중 향상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며 정시 확대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은 곧바로 전 국민의 관심을 끌면서 학종 위주의 수시와 수능 위주의 정시 중 어느 쪽이 더 공정한 가를 놓고 교육 공정성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학종 위주의 수시가 더 공정하고 바람직하다는 쪽은 정시 확대는 수능 위주의 점수 경쟁으로 학교수업이 문제풀이식 주입식 교육으로 회귀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 상상력을 사장시켜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본다. 또 사교육비 증가와 강남과 수도권 선호 현상 심화로 서울과 지방의 학력격차가 확대돼 상대적으로 지방학생과 학부모들의 박탈감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혁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토론과 발표, 협력학습 등 학생 참여수업이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는데 이런 성과가 허사가 될 것이라며 우려한다. 민병희 교육감이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쪽은 학종이 잠재력과 미래 성장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좋은 목적과 취지로 도입됐지만 자식을 명문대 보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부 계층의 반칙으로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고 있듯이 공정성 훼손과 교육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고 본다. 이들은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이 명확한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3%가 찬성, 22%가 반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수능 위주의 정시가 학종 위주의 수시보다 공정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한다 해서 수능이 학종보다 더 공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교육의 공정성 확보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왜일까. 교육이 교육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와 시장논리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벌이 곧 자본(돈)인 학벌사회에서 훌륭한 인성의 소유자를 길러내는 교육적 고민은 설 자리가 없다. 입학한 대학 수준에 따라 평생 축적할 수 있는 자본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명문대를 가기 위한 고민과 경쟁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수능이든 학종이든 대학입시는 시장경쟁의 논리에서 따라 ‘돈 겨루기’의 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학종으로 가기 위해선 스펙 쌓기 경쟁을, 수능은 점수 경쟁을 해야 한다.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더 많은 스펙과 점수를 얻기 위해 사교육이 번성하고 소위 ‘부모 찬스’라는 부모의 금력과 특권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육의 공정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국민들은 역설적으로 교육 분야만큼은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롭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면 조국 딸 특혜 논란에서 보듯 거대한 분노가 일어난다. 여기서 다시 교육에 정치논리가 개입된다.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고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교육의 근간을 뒤흔든다. 이번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도 그러한 정치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교육적 고민은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학벌이 곧 돈인 학벌사회 구조가 타파되지 않는 한 수시와 정시 중 어느 쪽이 공정할까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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