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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조만회 | 승인 2020.01.08|(190호)
조만회 횡성희망신문대표

많은 것을 잃은 한 해...새해에는 상대의 논리에 귀 기울이고 상대와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군수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피곤해”

연말 각종 행사장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얼굴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많은 군수후보들을 보며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혈연, 학연 등 각종 연고로 얽혀있는 작은 지역에서 지지와 반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9명이나 되는 군수후보들의 출현이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줄’ 잘못 섰다가는 ‘밥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것을 보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역에 인재가 많아 든든하기는커녕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횡성에는 유력 정치인과 토건업자, 지역유지와 고위공직자들로 구성된 토호세력들에 의해 일찍부터 주민을 편 가르고 줄 세우는 ‘패거리 문화’가 발달했다. 이 패거리 문화는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논리가 지배한다. 한마디로 ‘우리 패거리가 하는 일은 모두 정당하고 남의 패거리가 하는 일은 모두 틀렸다’는 식이다. 오직 패거리의 이익만이 중요하다. 패거리의 이익 확대를 위해서라면 다른 패거리의 ‘밥줄’을 서슴없이 끊는다.

이런 패거리 문화에 익숙한 주민들에게 8명에 이르는 군수후보자들의 등장은 9개의 패거리 탄생이다. 그 패거리 중 한 개를 선택해야 하는 괴로운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늘어날 수밖에.

요즘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보수․ 진보를 내세운’ 진영논리를 보면 횡성의 패거리 문화의 전국판 같다. 올해 하반기 우리 사회를 강타한 조국 사태는 진영논리의 전형을 보여줬다. 동일한 인물과 그의 행위에 대해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은 100점,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0점이다. ‘이른바 진보진영’은 검찰의 칼날이 적폐로 지목된 대상을 향할 땐 검찰을 찬양했지만 자신들을 향하게 되자 검찰을 비난하며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저버렸다. ‘이른바 보수진영’도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이라는 보수의 핵심 가치를 저버렸다. 탄핵당한 전 정권의 파탄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입으로는 자유를 외치지만 수구적 냉전논리에 갇혀 자유의 본질을 망각했다.

진영의 이익만 남고 정의가 사라진 진영은 ‘힘을 앞세운’ 조폭과 다를 바가 없다. 극단적 진영논리로 우리 사회는 공정과 정의,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왜곡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도덕적 타락과 위선이 자리 잡아 극한 대립만 남았다. 대한민국은 상처투성이가 됐다.

어느덧 올해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많은 것을 잃은 한 해이기에 유난히 아쉬움이 남는다. 서로 존중하며 상대의 논리에 귀 기울이고 공존하는 법을 고민한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패거리 문화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새해에는 이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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