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세상과 공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꼰대가 되고 조롱과 외면을 받게 된다.

혹시 ‘1일 1깡’을 알고 있나요?
코로나 사태로 우울한 요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종의 유행어다. 가수 비가 2017년에 발매한 ‘깡’ 뮤직비디오를 하루에 한 번은 꼭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3년 전에 나온 노래인데 최근 조회 수가 치솟아 1천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발매 당시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 /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 귀찮아 죽 겠네 알다시피 / 이 몸이 꽤 많이 바빠 / 섭외 받아 전 세계 왔다 갔다’라며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꼰대’ 같은 가사와 힘과 박력만을 강조한 안무로 조롱과 혹평을 받았던 노래 ‘깡’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그 이유를 대중문화평론가들은 대중의 조롱을 칭송으로 승화시킨 가수 비의 태도에서 찾고 있다. ‘꼰대’가 다됐다는 조롱을 ‘꼰대’스럽지 않게 받아 넘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꼰대’들은 자신을 향한 조롱에 분노하고 자신의 의견에 대해 후배들이 반박하고 다른 생각을 말하면 자신의 존재가 무시당했다 고 생각해 찍어 누르려 한다. 하지만 비는 대중이 조롱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깡’이라 는 노래이지 자신을 조롱한 것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여 줬다. 실제로 최근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비는 ‘깡’에 대한 반응에 대해 “(요즘 젊은 층이 보기엔) 별로 였던 것”이라며 “요즘엔 예 능보다 제 댓글 읽는 게 훨씬 재미있다. 더 놀아주길 바란다.”고 웃어 넘겨 자신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여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문화평론가들은 비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던 바탕에는 비의 가수로서의 능력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깔려있다고 평했다. 비록 '깡'이라는 노래가 ‘아재 개그’ 같이 유치하고 시대에 뒤처졌다는 혹평과 조롱을 받았지만 가수 본인의 실력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들은 비가 좋은 노래로 다시 한 번 멋진 실력을 발휘해주길 기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롱에서 칭송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반전시킨 가수 비의 모습은 아직도 조롱의 대상에 머물고 있는 우리 사회의 ‘꼰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 ‘꼰대’들은 세상이 바뀌었는지도 모르면서 과거의 사유구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다. ‘꼰대 육하원칙’이란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고 한다. WHO(내가 누군지 알아), WHAT(뭘 안다고), WHERE(어딜 감히), WHEN(내가 왕년에), HOW(어떻게 나에게), WHY(내게 그걸 왜)이란다. 권위주의적 태도로 자신의 기득권을 사수하면서도 어렵고 힘든 일에 나서지 않는 요즘 ‘꼰대’들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가수 비의 ‘깡’ 이 조롱받았던 이유도 이런 ‘꼰대’들의 특징이 노래 속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꼰대’가 되면 세상에서 외면 받게 된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의 모습이 꼭 그러했다.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는 친박과 태극기 부대에 에워싸여 7~80년대 반공이념을 바탕으로 ‘문재인 좌파독재’ 타도만 외쳤을 뿐 이렇다 할 정책과 철학도 없었다. 낡은 틀에 갇혀 변화를 읽는 감수성을 상실한 ‘꼰대’ 들의 전형이었다. 그러니 선거 참패는 당연한 귀결이다.

수도권에서 낙선한 통합당 30대 후보자들은 “당이 높아진 유권자들의 수준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극우적 언행을 거듭하다가 국민들에 게 ‘분리수거’당했다”며 ‘꼰대 보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당이 살길임을 토로 했다. ‘횡성의 꼰대’들도 지난 군수 보궐선거 과정에서 주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횡성 꼰대들은 군수와 같은 과거의 권위를 앞세워 여전히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감만 불러일으켰고 “지가 아직도 군수인 줄 아나봐”와 같이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세상과 공감하지 못하면 그 순간 누구나 ‘꼰대’가 돼 조롱당하고 외면 받게 된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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