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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함과 부끄러움에 대하여
조만회 | 승인 2020.08.27|(206호)
조만회 횡성희망신문 대표

양심과 수치심이 없는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희망신문 기사에 불만을 나타내기에 앞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의회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길...

“창피한 줄 아시나요”

얼마 전 최규만 군의원이 밤늦은 시간 필자에게 보낸 문자의 일부이다. 전후 맥락 없이 보낸 것이기에 이유가 궁금했다. 다음 날 최 의원이 전화를 해 “술 마시고 속상해서 속에 있는 얘기를 했다”며 전 날 보낸 문자에 대해 사과를 하고 그런 문자를 보낸 이유를 말했다.

최근 희망신문의 의회 관련 기사에 실망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모 의원(여기서 모 의원은 백오인 의원을 지칭)의 대변인인 것처럼 기사를 쓰니까 제 마음을 전한 것 뿐”이라고 했다.

언론마다 기사의 논조가 다르고 그런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도 자기 성향에 따라 기사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최 의원이 희망신문 기사에 실망하고 백오인 의원의 대변인처럼 기사를 썼다고 평가하고 창피한 줄 아냐고 필자에게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최 의원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하지만 필자는 전혀 창피하지 않다. 만약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백오인 의원을 대변하는 기사를 썼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고 창피한 일이다. 그러한 사실이 없고 희망신문의 관점에서 기사를 썼기 때문에 창피하지도 부끄럽지도 않다.

창피함은 부끄러움과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부끄러움과 창피함은 ‘악행’을 저지르는 것과 관계가 있다.

지금 악행을 저질렀는데 이에 대하여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면 부끄러운 것이다. 이렇게 내적으로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을 부끄러움이라 한다. 그럼 창피함이란 무엇일까? 지금 악행을 저질렀다면 누군가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언제 발각될지 몰라 두려워한다. 이렇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여 두려워하는 것은 창피함이다.

부끄러움(양심)과 창피함(수치심)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과도 같은 것이다. 만일 양심과 수치심이 없는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것이다.

불행히도 요즘 우리 사회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자들에게 정복당해 있다. 첨예한 진영 간 대립 구도 속에서 공동체의 공존번영보다 자기 진영의 이익과 세력 확대를 위한 진영논리를 앞세운 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거짓과 위선과 모순을 고발하면 오히려 보복만 당한다. 방귀 뀐 놈이 도리어 성을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히 ‘내로남불’의 전성시대다.

횡성군의회 후반기 원 구성 과정과 그 이후에 벌어진 여러 갈등과 잡음들도 이와 같은 한국 사회의 단면이 투영된 것이다. 의장 선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조율하지 못해 권순근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당론을 어기고 탈당해 의장 선거에 나간 권 의장, 그런 권 의장을 지원해 의장으로 선출시킨 미래통합당 모두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상실한 한국 사회의 모습과 뭐가 다른가.

이런 횡성군의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의회가 군민을 위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회 갈등과 파행의 단초를 제공한 권순근 의장에게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희망신망의 기사가 어떻게 창피한 일이 될 수 있나.

최규만 의원은 희망신문 기사에 불만을 나타내기에 앞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의회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기 바란다.

사람들이 창피함과 부끄러움을 상실한다면 공동체는 붕괴되고 만인 대 만인의 투쟁만이 존재하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불행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창피함과 부끄러움을 상실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아 앞날이 걱정스럽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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