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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근 다래골’ 홍진수 소리꾼을 만나고 오다.(2)특별기획 /‘소몰이 소리를 찾아서(8)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7.01.22|(114호)
추수를 앞둔 다래골풍경. 이른 봄, 소를 몰아 논을 갈며 부르는 논삶기 소리는 경운기와 트랙터가 소를 대신하면서 사라졌다

그의 나이 스물 둘 되던 해.
치악산 자락 활골 사는 그보다 한 살 적은 이정레 씨를 각시로 맞아 장가를 갔다.
쓰리코터 얻어 타고. 
엄동설한 1월 29 일이었다.

시어른, 시동생, 시누이, 거기다 올망졸망 다섯 명의 자식들.
무려 14 명의 대식구의 맏며느리가 된 이정례 씨.
그 때는 다 그렇게 사는가 보다 하며
낮에는 남편 따라 화전밭을 일구고,
삼시 세끼 밥을 하고,
밤에는 열 네 식구 빵구 난 양말을 꿰매고,
번한 날에는 식구들 입성을 위해 길쌈을 했다.
정말 억척스럽게 살았다.
그녀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내 땅 한 꼬레이 없는 그에게는 농사만 지어가지고는
도저히
열 네 식구 호구지책과 자식들 교육비를 댈 재주 가 없었다.
그는 농사일 틈틈이 흔히 노가다로 불리는 막일을 했다.
닥치는 대로.
정말 그는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그중에서도 무거운 짐을 여럿이 목에다 메고 나르는 목도일이 가장 큰돈이 됐다.
다른 일에 비해 위험 했지만 그는 그걸 따질 게제가 못 됐다.
아름드리 산판 낭구를 목도 했고,
산꼭대기 까지 돌비석을 목에 지고 날랐다.
이때 배운 소리가 목도소리.

“ 제 목 뒤 좀 보세요.
  낙타 등처럼 혹이 보이시죠?
  이게 그 동안 목도를 하면서 까지고, 피 나고, 아무는 과정에서 생긴 꾸덕살입니다.
  제 인생의 훈장이죠.
  여기는 바늘로 찔러도 바늘 안 들어가요“
   

“아버지는 쉰. 겨우 사시고 돌아 가셨어요. 평생 달고 살던 심장병으로.
 제가 일등병 이었을 때죠.
 그 후로 혼자되신 어머니 참 고생 많이 하셨죠.
 어찌 그 고생 말로 다 할 수가 있겠어요.
 번 한 세월 한번 못 보시고
 십 여 년 전 어머니도 가셨어요.
 여든 다섯.
 어머니도 소리 참 잘 하셨어요.
 속에 응어리진 한 많으면 저절로 소리가 되어 나오나 봐요.“

홍진수씨 내외

“ 아 - 네
 지금부터 15년 전 2001년이던가요?
 제가 ‘횡성의 구비문학’ 채록 하면서
 어머님 뵙고 소리 들었어요.
 아라리 한 자락 해 주셨었는데 어찌나 청이 좋으시던지요
 지금 제 서랍에 그 녹음 테잎 있구만요.“
“허-
 사람은 가도 결국 소리는 남았군요
 작가님 덕분에“        
“ 네-
 오늘 어르신 해 주신 소리도 잘 보관 해 놓을께요.“

***

“지가 얼마 전 부터 교회를 다니는데 오늘 그냥 맨 정신에 소리를 할려면
  멋쩍어 쇠주 한 잔 해야 되겠구먼요
 ㅎ    ㅎ
 하나님 오늘 하루는 눈 감아 주실거죠?.“

그는
찬장을 뒤져 간단한 안주를 장만 해 술상을 준비하고는
소주 한 잔 ‘벌컥’ 들이키고
술상 위로 소리를 쏟아 놓기 시작 했다.

유장한 소리들이
그의 홍진수 씨의 목울대를 타고
방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난
녹음기 REC 버튼을  살며시 누르곤
술상을 두드리며 그의 소리에 추임새를 넣었다.

좋다.
홍진수 어르신 소몰이 소리는.
언제 들어도.    


  논 삶는 소리 
                   
이러 ! 어디여 !
이러이러!
말래말래 어디어디여
물은 많고 말래를 몰르겠는데 니가 잘 찾아간다
이러 이러 어디 어디여
어어치 이러이러! 어디 어디 어디여 말래말래 어디여
말래를 잘 타고 나가야 논이 잘 익는다 이놈의 소야
잘 한다 이러이러! 어디 어디 어디어디여 이러 어치
어디여 말래는 니가 나보다 더 잘 타는 구나 이러이러
탑손 만 쥐고 그냥 걸어가도 되는 구나
이러! 어디여 반달 같은 닷 마지기 다 넘어 간다
넘어서라 이놈의 소

저쪽 넘에로 넘어가서 삶아야 된다 이놈의 소야 이러 어치
어디여 잘도 간다 채찍질도 잘 받고 이러이러 !
어디어디여 어치! 두렁 밑에 들어서거라 고만가자 이놈의 소야
어치 한 발짝 더 가면 너두 다리 아프고 나두 다리가 아퍼
어치 잘 두 들어선다 이놈으 소.
어디 어디여! 말래 말래
고만 쉬어서 하자 나두 목이 마른다
거 그릇 부신 물이래두 좀 뜸물 좀 갖다줘요 !
어후!                          
 
                 홍진수(남.1937) 소리/ 채록 : 정 재영


“어르신 여전 하시네요
  그리 세월 흘렀건만
  물 흐르듯 해요 어르신 소리는“
“웬걸요 이젠 다 늙어 빠져서
 가사도 아슴아슴 잊혀져 가고
 소리도 영 아니구먼요.
 예전 같지않구먼요“
“ 어르신
  목도소리 한 번 들려주세요
  어영차 어영 -
  그 신명 나는 소리“
 “ 예
   작가 선생님
   그럼 모강지에 목도 한 짊 짊어지고
   허정허정 목도소리 한 자락 뽑아볼께요“          

목도소리(허영차 소리)

이저 이저   이저차 이엉
힘이 들어도 발을 맞춰야지
이저  이저  이저차 이엉
길 가는 저기 저 여자 넓적다리가 다 나온다  
이저  이저  이저차 이엉
술 한 잔 없어도 물이라도 한 잔 먹고 하자
이저 이저   이저차 이엉
옆으로 가자 옆으로 이엉 이엉 이엉
이저 이저   이저차 이엉

홍 진수 소리 / 채록: 정 재영

 

정재영 작가와 홍진수씨

글 / 사진 : 정 재영 (소설가, 횡성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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